묵직한 판타지, 노아 (스포 다량 포함) 영화 이야기

방금 전 가족들과 함께 보고 왔습니다.

개봉 첫날이지만 저녁 늦은 시간, 목요일이라는 것 까지 감안한다면 상당히 많은 관람객들이 왔더라구요.
200석 관에 70% 이상은 채워졌던 듯 싶습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노아의 방주, 대홍수 전설을 바탕으로 감독의 독자적 상상력을 총 동원해서 만들어진 영화인데,

재미있게도 무교인에게는 종교적 색채가 강해보이고,
또 반대로 해당 종교인에게는 원전을 이상하게 해석했다고 보여질 여지가 많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묵직하게, 굉장히 무겁게 흘러갑니다.

인간들은 마냥 탐욕스럽고, 죄를 짓는 존재로만 비춰지며,
구원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지요.


그러한 와중에 노아에게 계시(비스무리한)가 내려지고, 자신이 새로운 낙원을 위해서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을 후대에 전달해야 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행동합니다.

전반부에 해당하는 방주를 만들어서 홍수를 대비하는 내용까지는 인간 전체의 타락을 그려서,
창조주에 의한 심판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영화의 처음이자 마지막까지 홀로 존재하는 노아가 인간에 대해서 판단하는 계기를 만듭니다.

자신에게 적대하고, 또 자신이 적대하는 인간 군집의 타락에서 자신을 비춰보면서,
새로운 낙원에 그 어떤 인간도, 심지어 그 가족들을 포함한 자신까지도 필요없다는 결론을 내리며 그것이 창조주가 원한다는 믿음을 가지지요.


후반부의 방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끼리의 갈등은 노아와 나머지 사람들의 대립으로 이루어집니다.

인간으로서 살아남는 것을 생각하는 타인과, 인간의 구원은 없다고 믿고 있는 노아는 양립할 수 없지만,
그들 사이에서는 노아만이 선지자이고 구도자이기 때문에 독단적 행동을 제재할 수 있는 인간은 없습니다.

물론 그에 반하는 존재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그 모든 갈등을 해소하는건 타인이 아니라, 노아 본인의 변화된 감정 때문이지요.



영화는 뚜렷한 종교적 코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성경의 등장 인물 이름을 그대로 차용하며, 천사의 존재도 나옵니다.

많이들 알고 있는 칠주야에 걸친 천지창조는 오히려 최초의 살인자인 카인보다 유명하지요.
(딴건 모르지만 천지창조가 그려지는 내용을 보고 어머니께서 완전 종교 영화 아니냐고 하시더라구요.)

구원의 상징 역시 성경 속 내용 그대로.



반대의 해석이나, 완전히 새로운 첨가 역시 다양합니다.

창조주라는 개념으로 등장하는 신은 우리가 알고 있는 종교의 신과는 사뭇 다릅니다.

노아의 방주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간접적 개입에 가깝고, 일련의 행동은 오로지 노아의 스스로의 해석에 의지하게 되지요.

칠주야의 천지창조가 되는 모습에서는 과학적 해석이 다량 첨가되어 빅뱅과 태양계의 사실적 생성 과정을 그리며, 심지어 생명체의 모습에서는 진화론을 연상케하는 연출이 가미됩니다.

종교에 의한 구원이 아니라, 노아의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인간이 인간에게 구원을 구하는 과정이 그려졌다고 봅니다만, 일단 이건 저만의 해석이라서 보는 사람들 제각기 다르게 볼 수도 있겠네요.

처음부터 갈등이 해소되기 직전까지 노아는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한번도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오직 갈등이 해소될 때만 망설인거죠.



열린 생각으로 본다면 종교인도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을 것 같고,
무교인들이 본다고 해도, 일단 종교는 판타지라고 보고 인간 노아에게만 집중하면 그 역시 생각할 거리가 충분할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종교적 색채가 예상보다 좀 더 강해서 아쉽긴 했지만,
오랜만에 무거운, 그리고 생각할거리가 많은 영화라서 집중해서 봤네요.



PS. 창조주는 그저 거들 뿐.

덧글

  • 따뜻한 맘모스 2014/03/21 01:42 # 답글

    대체 이해가 안되는게, 그 여자애들은 누구랑 결혼해서 인류가 번성하나요?

    남은 인간이란 할아버지 아빠 삼촌 뿐인데?
  • 냥이 2014/03/21 02:00 #

    애초에 전설대로라면 최초의 인간 아담과 이브 사이에서 그 수 많은 인간들이 번성했는걸요.

    신에 의한 심판이든, 자연에 의한 심판이든간에 인류 몰살 테크에서 한쌍의 남녀(혹은 소수의 남녀들)이 살아남는 이야기에서는 애써 무시되는 근친이지요.
  • m1a1carbine 2014/03/21 09:29 #

    고대 사회는 무슨 개가 새끼낳듯이 다산다사의 시대였는데다가 '성경에서 말하기로는' 한세기 넘게 사는 초인들이 많았으니까 한두세대정도 거치고 나면 1-2촌간 근친도 자연스럽게 소멸하겠지만 일단 그 한두세대 내에서는 확실히 친족간 근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그것보다는 고대 사회가 생각보다 근친에 무감각했다는 반증일 수도 있지만 말이죠.
  • 에규데라즈 2014/03/21 12:26 #

    그래서 네팔림이 ...
    아니 아쿠아맨이 ... 지상에 나타나( '')
  • 따뜻한 맘모스 2014/03/21 02:12 # 답글

    정말 충격적이네요. 저런 얘기를 기독교에서는 받아들이는 겁니까?
  • ㅇㅇ 2014/03/21 03:56 # 삭제 답글

    인간을 멸종 시킬 생각이라면 굳이 다른 동물들까지 홍수로 쓸어 버리지 말고, 바이러스로 충분했을 텐데요.
  • 따뜻한 맘모스 2014/03/21 10:07 #

    그때는 성경저자가 바이러스의 존재 몰랐답니다. 이글 내려주세요
  • 에규데라즈 2014/03/21 12:27 # 답글

    바이러스... 는 재미없고 노아는 예방접종을 안해서 ~ ( '')
  • 아니스 2014/03/21 20:24 # 답글

    홍수 전설을 비슷한 시기에 전세계에 있고, 생존한 존재들이 대부분 가까운 혈족이었던 걸 보면 하나님은 스팟별로 살려주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 ....

    2, 바이러스도 이겨낼거 같은 노아옹이라 괜찮을 거 같습니다./
  • 나이브스 2014/03/22 00:47 # 답글

    사실... 최초 인류 이후 어떻게 번성했냐는 것도 성경 자체에서도 그다지 자세하게 보여지지 않습니다.

    가계도라는 것도 솔직히 보면 한 왕조의 가계도 정도 인데 그것이 다양한 인류를 나타내는 인류도라고 보기도 힘들고

    아마도 그것이 성경의 한계점 중 하나일 겁니다. 대다수 성경이라 불리는 희랍 신화 이야기는 희랍인의 입장에서

    인류 역사를 규정했기 때문에 다 민족 행성인 지구 자체의 탄생이나 진화 과정을 말하긴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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